경찰, 대테러훈련으로 용산참사 재연..."인간으로서 못할 짓"

"용산 참사 희생자가 테러리스트냐"...비난 여론 확산돼

이재진 기자 besties@vop.co.kr
경찰이 대테러종합훈련을 하면서 용산참사 당시 경찰의 진압 모습을 고스란히 재연해 비난 여론이 확산되고 있다.

서울경찰청 경찰특공대는 2일 오전 서울 서초구 방배동 훈련장에서 테러종합훈련을 실시했다.

경찰특공대 대테러훈련

서울경찰청 경찰특공대의 대테러종합훈련 모습.ⓒ 민중의소리

경찰은 이번 훈련이 북한의 도발 위협이나 국가중요시설 등에 대한 긴급상황 발생시 신속한 대처를 하겠다는 차원이라며 테러상황임을 강조했지만, 이날 경찰특공대의 훈련 모습은 용산 참사 현장에서의 진압 모습과 거의 흡사했다.

경찰특공대는 용산참사 현장을 가상 시나리오로 올려놓은 듯 망루가 설치된 건물 옥상 위에 진입했다. 망루에는 빨간 글씨로 ‘생존권 보장’이라고 쓰여 있었다. 또한 경찰은 기중기를 이용해 콘테이너 박스를 끌어올려 경찰특공대원들을 건물에 투입시켰다. 살수차량도 동원돼 망루를 향해 물을 뿌렸다.

특히 기중기를 이용, 콘테이너 박스에 병력을 실어 병력을 투입하고 살수차를 뿌리면서 시위대를 진압한 것은 용산 참사 당시 희생자를 낳았다고 비판을 받았던 진압방법이라는 점에서 논란이 예상된다.

이명박정권 용산철거민 살인진압 범국민대책위원회 류주형 대변인은 “참사 당시에도 크레인을 동원해 망루에 진입한 것은 과잉진압 소지가 있고, 장비 사용에 대해서도 불법성을 제기했는데 이제는 공식적으로 장비 매뉴얼로 사용하겠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또한 이번 훈련이 대테러훈련이라는 점에서 경찰이 철거민들의 생존권 투쟁을 도심테러로 규정해 “제2의 살인진압을 준비하는 게 아니냐”며 분을 삭이지 못했다.

오창익 인권연대 사무국장도 “경찰이 훈련하는 것은 좋다. 그런데 용산참사를 연상시키고 대테러훈련이라고 하면 용산참사 희생자들이 테러리스트라는 것 아니냐, 가해집단인 경찰이 너무 파렴치하다”고 말했다.

오 사무국장은 “너무 잔인하다. 장례도 못 치르고 있는 유족들의 고통을 생각할 때 경찰이 이렇게 훈련하고 대외적으로 공개하는 것은 국가기관의 금도를 벗어난 것이다. 최소한의 인간의 상식에 기반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특히 이번 경찰의 훈련 공개가 용산 참사 유가족에게는 의학적으로도 깊은 상처를 남길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한 정신과 의사는 “경찰이 용산 참사와 같은 훈련 모습을 언론에 공개한 것은 의사이기 전에 인간으로서 못할 짓이란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그는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라는 증상은 일례로 가족이 동시에 교통사고를 당하고 죽는 것은 지켜봤고, 사고 이후 꿈이나 회상, 자극 때문에 괴로움을 겪는 증상”이라고 설명하면서 이번 경찰의 훈련 공개로 인해 용산참사 유가족의 아픔이 깊어질 수 있다는 우려를 밝혔다.

경찰특공대 대테러훈련

서울경찰청 경찰특공대의 대테러종합훈련 모습. 경찰특공대는 2일 오전 서초구 방배동 훈련장에서 용산 참사 당시 진압 모습과 거의 흡사한 훈련을 해 비난을 받고 있다.ⓒ 민중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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